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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직무유기다, 옥정호 방콕은 직무유기다, 옥정호 새벽 5시, 코앞에 있는 사람만 식별되는 어둠 속에 핸드폰 손전등 기능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 77세이던 엄마도 계 신데 다행히 오르막이 심하지는 않았다. 잘 정비된 나무 계 단을 20여 분 오르니 갑자기 천상에 도달한 기분이다. 희뿌 옇게 점차 넓어지는 시야가 온통 구름바다였다. 병풍처럼 야트막한 산, 아니 이제는 구름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고 불 러야 할 것들이 삼중 사중으로 겹쳐 서 있는 틈새마다 운무 가 가득 차 돌연 차원이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나는 것도 벅차긴 했다. 아무리 흐린 날에도 구름 위는 맑다더니, 눈을 가늘게 떠야 할 정도 로 강렬한 직사광선을 받아 더욱 찬연하게 빛나는 뭉게구름 은, 당장이라도 그 위로 신선이 걸어올 .. 2025. 3. 18.
대관령 목장 대관령 목장 “엄마, 뱀 털어” 대관령 목장 몇 바퀴나 두툼하게 똬리를 튼 것을 보니 꽤 긴 뱀이다. 놈 은 계단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가 인기척에 계단 아래로 미 끄러지듯 사라진다. 대관령 삼양목장을 독차지하고 걷는 중 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사람이 없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정 상까지 올라간 다음 걸어 내려오는 동안 딱 세 팀을 만났다 (2020년). 평지에 있는 동물체험장에 이르자 어린아이가 있 는 가족이 더러 보였고, 우리가 나올 때쯤 오후 1시에 있다 는 양몰이 쇼를 볼 생각인지 사람이 가득 탄 셔틀버스가 몇 대 올라갔다.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놀멍놀멍 2시간 30분간 내려 오는 동안 두 군데서 볼 수 있었다. 대신 아득하게 이어진 능선이 장관이다. 10년 전에 왔을 때 갓 시판된 라면 팔던 것.. 2025. 3. 17.
기차여행, 딸이 슈퍼 갑, 과일만 먹어도 기차여행 - 무슨 타이타닉이라고 시간이 좀 흘렀지만 간간이 언급한 물가만 보아도 베트 남 여행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물가 가 싼 데서 더 절약하는 사람이 우리 따님이다. ^ ^ 베트남에는 특이하게 침대버스가 있어서 이동시간과 숙 박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 우리 같은 배낭여행자에게 딱 좋 다. 버스에 3줄씩 2층으로 침대가 놓여 있다. 앞사람의 등이 올라가고 거기로 내 발을 뻗을 수 있는 구조라 꽤 많은 침대 가 놓여 있는 데다 1층 통로에는 좌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 이 담요를 깔고 누워 있다. 뭐랄까, 여행체험을 넘어 삶의 끝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손 빠르고 생각 깊은 따님은 2층 좌석을 구했다. 휴 게소에 들르려고 잠깐 나갈 때면 1층으로 내려가 슬쩍 몸을 비켜주는 사람들을 .. 2025. 3. 16.
베트남 노란꽃에 반하다 사파 닌빈 짱안 가성비의 달인 딸의 최애 여행지는 베트남 딸은 여행 갈 때 작은 양파망을 가지고 간다. 호텔에서 쓰고 남은 작은 비누를 모아 빨래하면 딱 좋다고 한다. 물가 비싼 유럽여행을 어찌 다녔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베트남을 최 애 여행지로 낙점한 모양이다. 젊은 애가 너무 지독하니까 전에는 티격태격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 나도 완연하게 적응 한 기분이 든다. 어느새 딸은 30대, 나는 60대로 진입하며 서로가 원하는 것을 맞춰주는 기술이 향상됐고, 나는 은퇴 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성비의 달인 딸이 낙점한 베스트답게 베트남은 가성비 갑이다. 딸은 네 번째, 나는 세 번째 베트남에 갔을 때는 (2018년) 너무 익숙해서 설레지도 않았다. 한밤중에 4시간 40 분 날아간 나짱에서 새벽에 쌀국수를 먹으러 나갔.. 2025. 3. 15.
튀르키예 색다른 맛 글쓰기 여행 아나톨리아 신이내린선물 장엄하고 다양하고 넉넉하고 호쾌한 튀르키예 튀르키예에 네 번이나 갔지만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 정도 로 튀르키예가 광활하고 복잡하고 다층적이라고 느낀다. 한 반도의 3.5배 넓이에 8000만 인구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이 탁 트이는 기분. 나는 ‘금사빠’ 자질이 다분한데 튀르키 예는 비행기 창문으로 내려다본 야경만으로도 나를 사로잡 았다. 이스탄불의 야경은 이스탄불이라는 지명에서 풍기는, 고색창연하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값하고도 남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부드럽게 휘어진 해안선이 구슬 목걸이를 하고, 막대 모양의 등불로 구획을 지은 도로에는 수많은 개똥벌레가 빠르게 움직이고, 나머지 여백은 온통 황색, 은색, 녹색, 파란색의 전구로 수 를 놓았다. 과도하게 화려하지 않고, .. 2025. 3. 14.
햇살왕국, 태국 매홍쏜 햇살왕국, 태국 매홍쏜 시내를 슬슬 산책하고 있는데 공항이 나타났으니 지역이 얼 마나 작다는 얘기인가. 게다가 그 공항이라는 곳에 4차선 도로를 한 토막 내놓은 것처럼 작은 활주로밖에 없다. 그런 데도 알록달록한 비행기는 가끔 소리도 없이 왔다 가니 궁 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경비행기라서 소리가 안 난다고 치 고 공항 사무실 하나가 없단 말인가. 관제탑을 찾아 골목을 한참 걸어간다. 뜰이 있는 집에는 꽃나무가 무성하고, 마당이 없는 집에는 화분 몇 개라도 놓 인 집들 사이에, 겉모습만 봐도 장인일 것 같은 할아버지가 092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힐링 093 재봉틀로 수선 일을 하고 있고, 식당이 몇 개 숨어 있다. 골 목 끝에 공항 건물이 있다. 조촐한 건물이 활주로와 기역 자 로 꺾어져 있어서 높은 .. 2025.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