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1 “엄마, 뱀 털어”, 대관령 목장 “엄마, 뱀 털어”, 대관령 목장 몇 바퀴나 두툼하게 똬리를 튼 것을 보니 꽤 긴 뱀이다. 놈 은 계단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가 인기척에 계단 아래로 미 끄러지듯 사라진다. 대관령 삼양목장을 독차지하고 걷는 중 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사람이 없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정 상까지 올라간 다음 걸어 내려오는 동안 딱 세 팀을 만났다 (2020년). 평지에 있는 동물체험장에 이르자 어린아이가 있 는 가족이 더러 보였고, 우리가 나올 때쯤 오후 1시에 있다 는 양몰이 쇼를 볼 생각인지 사람이 가득 탄 셔틀버스가 몇 대 올라갔다.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놀멍놀멍 2시간 30분간 내려 오는 동안 두 군데서 볼 수 있었다. 대신 아득하게 이어진 능선이 장관이다. 10년 전에 왔을 때 갓 시판된 라면 팔던 것밖에 기억이.. 2025. 4. 10. 여행 오면 딸이 슈퍼 갑 여행 오면 딸이 슈퍼 갑 딸이 오토바이를 빌렸다. 1년 반 만의 오토바이 운전인 데도 능숙하게 복잡한 도로를 뚫고 나가는 것을 보니 그저 놀랍다. 알다시피 베트남의 오토바이 행렬은 경이로울 지경 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같은 대도시는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나짱이나 달랏 같은 도시에는 신호등이라는 게 없다. 남녀노소가 몰고 다니는 오토바이와 차량이 한데 얽 혀 흘러가는데, 특히 오토바이 행렬은 게임 화면에서 난무 하는 병사들 같고,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비 같다. 그렇게 많고, 빠르고, 어디로 튈지 방향을 알 수 없다. 나는 오토바이 행렬을 볼 때마다 게릴라 전법으로 첨단 무기를 무력화시켰다는 베트콩이 떠오른다. 혼잡한 로터리 라도 돌라치면 딸이 바싹 긴장하는 것이 뒤에서도 느껴진 다. 내가 할 .. 2025. 4. 9. 사파, 닌빈, 짱안 사파, 닌빈, 짱안 중국과 국경을 이루는 고산지대의 마을 ‘사파’에는 끝없 이 이어지는 다랭이논이 전부인데 엄청난 관광타운이 조성 되어 있다. 우리 남해에서 볼 수 있는 다랭이논을 수천 배 확대시켜 놓은 풍경이라 친근한데 거기를 감싸는 운무가 장 관이다. 운무가 특산물이고 운무가 관광자원인 곳. 소수민 족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닌빈’에는 수십 킬로에 걸쳐, 오랑우탄의 머리같이 울 퉁불퉁한 돌산이 펼쳐진다. 동네 초입에는 맨땅에 솟구쳐 있어도 볼만했는데 점점 주변이 논이나 늪으로 변하더니 종 국에는 호수가 되며 환상적인 데칼코마니를 보여준다. 우락부락한 돌산 옆에 나무만 있든, 오두막까지 있든, 방갈로가 있든 물에 비치는 반영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예술작품이라 도 접한 듯한 감동을 받았다. 흔한 꽃을 거.. 2025. 4. 8. 가성비의 달인 딸의 최애 여행지는 베트남 가성비의 달인 딸의 최애 여행지는 베트남 딸은 여행 갈 때 작은 양파망을 가지고 간다. 호텔에서 쓰고 남은 작은 비누를 모아 빨래하면 딱 좋다고 한다. 물가 비싼 유럽여행을 어찌 다녔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베트남을 최 애 여행지로 낙점한 모양이다. 젊은 애가 너무 지독하니까 전에는 티격태격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 나도 완연하게 적응 한 기분이 든다. 어느새 딸은 30대, 나는 60대로 진입하며 서로가 원하는 것을 맞춰주는 기술이 향상됐고, 나는 은퇴 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성비의 달인 딸이 낙점한 베스트답게 베트남은 가성비 갑이다. 딸은 네 번째, 나는 세 번째 베트남에 갔을 때는 (2018년) 너무 익숙해서 설레지도 않았다. 한밤중에 4시간 40 분 날아간 나짱에서 새벽에 쌀국수를 먹으러 나.. 2025. 4. 7. 아나톨리아! 남의 땅덩어리 이름에 가슴이 떨리다 아나톨리아! 남의 땅덩어리 이름에 가슴이 떨리다 튀르키예 식당에서는 빵이 공짜다! 우리네 식당에서 음 식값에 밥값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건만, 테이블마다 원통형으로 푸짐하게 쌓아놓은 바게트(튀르키예어로 에크멕)를 볼 때마다 나는 행복해졌다. ‘음식이 공짜’라 는 현상은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대한민국을 점령한 물신주 의에 쩐 눈으로 볼 때 세상 어디에도 없는 파격이자 풍요이며, 이 땅의 사람들이 얼마나 넉넉한 성정을 가졌을지 짐작 이 가는 일이었다. 알고 보니 튀르키예는 식량 자급이 가능 한 나라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식량자급률 40.5퍼 센트, 산정 방식에 따라 수치의 차이가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8개 국가 중 최하위인 것은 확실한 듯.) 동부에서 광활한.. 2025. 4. 6. 장엄하고 다양하고 넉넉하고 호쾌한 튀르키예 장엄하고 다양하고 넉넉하고 호쾌한 튀르키예 튀르키예에 네 번이나 갔지만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 정도로 튀르키예가 광활하고 복잡하고 다층적이라고 느낀다. 한 반도의 3.5배 넓이에 8000만 인구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이 탁 트이는 기분. 나는 ‘금사빠’ 자질이 다분한데 튀르키 예는 비행기 창문으로 내려다본 야경만으로도 나를 사로잡 았다. 이스탄불의 야경은 이스탄불이라는 지명에서 풍기는, 고색창연하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값하고도 남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부드럽게 휘어진 해안선이 구슬 목걸이를 하고, 막대 모양의 등불로 구획을 지은 도로에는 수많은 개똥벌레가 빠르게 움직이고, 나머지 여백은 온통 황색, 은색, 녹색, 파란색의 전구로 수 를 놓았다. 과도하게 화려하지 않고, 고.. 2025. 4. 5.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