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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목장

by essay6653 2025. 3. 17.

대관령 목장

 

대관령 목장 “엄마, 뱀 털어”

 

대관령 목장 몇 바퀴나 두툼하게 똬리를 튼 것을 보니 꽤 긴 뱀이다. 놈 은 계단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가 인기척에 계단 아래로 미 끄러지듯 사라진다. 대관령 삼양목장을 독차지하고 걷는 중 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사람이 없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정 상까지 올라간 다음 걸어 내려오는 동안 딱 세 팀을 만났다 (2020년). 평지에 있는 동물체험장에 이르자 어린아이가 있 는 가족이 더러 보였고, 우리가 나올 때쯤 오후 1시에 있다 는 양몰이 쇼를 볼 생각인지 사람이 가득 탄 셔틀버스가 몇 대 올라갔다.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놀멍놀멍 2시간 30분간 내려 오는 동안 두 군데서 볼 수 있었다. 대신 아득하게 이어진 능선이 장관이다. 10년 전에 왔을 때 갓 시판된 라면 팔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나고, 이렇게 좋았던가 6백만 평의 위용 에 입이 벌어진다. 해발 1100미터 정상에 서서 셀 수 없이 겹쳐진 능선을 바라보니 요즘 쌓인 체증이 뻥 뚫린다. 알프 스가 따로 없네! 워낙 넓다 보니 풍력발전기도 다른 곳과 비할 수 없이 많 다. 이곳이 우리나라 최대의 풍력발전소라고 셔틀버스 기사 가 알려준다. 발전기 하나에 32억인데 이번 여름 번개에 한 개가 망가졌단다. 보이는 것은 모조리 목초지인데 언덕마다 서 있는 51개의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해준다. 제주의 유명 오름보다 더 탁 트이고 정비가 잘 되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알프스 같은 곳으로 꼽아도 될 듯하다. 정상 쪽으로는 계곡물이 철철 흐르는 산길이 좋았고, 중반 에 이르면 목장길 산책에 흥이 난다. 게다가 독점이다. 딸과 나는 목책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끝없는 구릉에 감탄해 가 며, 원 없이 대관령의 정기를 흡수했다. 딸도 기분이 최고로 좋아서는 어록이 만발했다. 몽실몽실한 구름을 보고는 “양이 하늘에 있네.” 캔디를 하나 건네주더니 내가 입맛에 맞지 않아 하자 “치 약 먹는 것 같아?” 그날 어록의 백미는 이거였는데, 쓸까 말까. 중간에 화장 실이 없어서 참다못한 내가 영역표시를 했을 때, 딸이 한 말 이 압권이었다. “엄마, 뱀 털어.” 검불 털어도 아니고 먼지 털어도 아니고 뱀을 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