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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우준굘 여행지에서 볼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 아는 사람이 이렇게 좋은 것, 튀르키예 우준굘  튀르키예 동부 트라브존에서 우준굘 가는 버스 기사 아저씨 의 인상이 참 좋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의 먼 친척쯤 되는 듯한 느낌인데 얼굴이 하회탈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의 전 형적인 얼굴에 책임감이 아로새겨져 생활인 모드로 굳어진 상태. 숙소 앞까지 태워다 주어서 잘 도착했다. 놀랍게도 다 음날 타운을 산책하는데 그 기사가 어떤 식당 앞 노천 테이 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반갑게 웃으며 우리 도 그 식당에 앉고 보니 이 집이 딱 내 스타일이다. 조그만 괴질레메 전문점인데 주방이 두어 평, 노천 테이 블이 세 개, 작아도 너무 작으니까 오히려 정답다. 몸집을 키운 세련된 식당들 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동네 식당 분위기다.영어로 주문을 받는.. 2025. 3. 12.
인생사에 지칠 때는 앙코르와트에 가보시라 언제고 내가 사라질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앙코르와트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에는 ‘The Kingdom of Combodia’ 라고 쓰인 시멘트 구조물이 달랑 세워져 있었다. 낡고 조악 하여 놀이동산만도 못한 구조물에 한 번 놀라고, 태국에서 일하기 위해 나무 손수레를 밀고 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초라한 행색에 두 번 놀란다. 모든 것이 회색이었다. 나중에 앙코르 유적지의 엄청난 스케일과 위용에 감탄할 때마다 국 경이 떠올랐다. 12세기에 이만한 건축물을 건설할 정도로 부와 문명을 갖추었던 국가가 오늘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역사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앙코르 유적지는 드넓은 열대의 평원에 세워진 사원군이 다. 거대한 돌탑과 내부 공간으로 이루어진 사원이 끝도 없 이 이어지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2025. 3. 12.
세상의 끝, 베네치아 다 산 것 같은 이 기분 세상의 끝, 베네치아 어떻게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사진으로 많이 봐 서 짐작은 했지만 직접 본 베네치아는 환상의 극치였다. 이 탈리아라는 수식을 붙이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독보적인 베 네치아는 완벽하게 아름다운데 생명의 기미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건물이 물에 떠 있고, 그 사이를 미로같이 좁 은 운하가 연결하고 있다. 집집마다 작은 보트가 있고, 커다 란 짐을 실은 보트가 오가는 것으로 보아 보트가 중요한 생 활수단임이 분명한데도 천천히 미끄러지는 곤돌라는 산 채 로 탄 꽃상여같이 아득했다. 궁전인지 성당인지 둥근 지붕 의 아름다운 건물이 천연덕스럽게 바다에 떠 있는 장면은 영화 처럼 저 끝자락이 도르르 말려 있을 것 같 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세상의 끝, 판타지의 끝, 퇴폐미의 완.. 2025. 3. 12.
튀르키예 페티예 지중해라는 이름값으로 충분해 천국은 이런 모양이 아닐까, 튀르키예 페티에 2012년 12월 처음 가본 튀르키예 카파도키아는 그저 그랬 다. 사진으로 볼 때는 기괴하고 역사성도 엄청나서 기대했 는데 정작 눈앞에 펼쳐지니 밋밋했다. 딱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수천만 년에 걸친 지각 변동으로 산맥이 융기하고 용암이 쌓이며 생긴 원추형 기둥에,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간 초대 기독교 신자들이 파 놓은 수도원과 교회가 1000개라니, 그 어마어마한 의미가 사무 치지 않은 것은 내가 신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일단 너무 많고 너무 비슷비슷해서 첫눈에 으악! 하고는 그만이었다.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쓰다듬고, 내 발로 걸으면서도 시종 “CG 같아!”라는 말이 떠나질 않았다. 파묵칼레는 그보다 훨씬 나았다. 다량의 .. 2025. 3. 12.
헝가리에는 바다가 없는 대신 ‘발라톤’이 있다 헝가리에는 바다가 없는 대신 ‘발라톤’이 있다 헝가리에는 바다가 없다. 대신 바다만큼 큰 호수 발라톤이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이면 발라톤이 보 이기 시작하고, 여기서부터 호수를 따라 기찻길이 죽 이어 진다. ‘씨오포크’가 제일 큰 마을인데 우리는 ‘자마르디’라 는 마을로 갔다. Zamardi! 나는 처음부터 이 이름이 좋았다. 입에 착 붙는 것이 꼭 아는 동네 같았다. 광활한 해바라기밭과 황금색 벌 판을 달릴 때부터 기분이 좋더니, 간이역처럼 조촐한 역사 잔치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기차역에서 물가까지 직선거리로는 5분이지만, 호수를 따라 길게 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커다란 호텔은 한 곳이고 아기자기하게 예쁜 민박이 많다. 우리 것보다 조금 진하고 길쭉한 능소화가 .. 2025. 3. 12.
크루즈 유토피아일지도 놓여나면 무엇을 할까 1. 크루즈, 제일 싼 선실 한 번 타봤을 뿐이지만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유럽여행’은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무슨 무슨 설문조사에서 몇 번 그런 결 과를 보기도 했고, 내 주변 사람들이 그러했고, 나도 그랬으 니까. 나는 미국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지만 유럽은 꼭 가보 고 싶었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에 가장 큰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막상 가본 이탈리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 억을 다 모아도 베네치아 하나를 당할 수가 없다. 베네치아는 어찌나 환상적이고 독보적인지 꼭 독립된 나라 같았다. 베네치아의 자극이 너무 심하고 미로처럼 얽힌 운하가 갑갑해서 산마르코광장으로 나갔을 때였다. 성당과 두칼레궁전, 오래된 카페와 살롱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홀’처럼 보여,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 202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