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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 달 밝은 불가리아의 밤 휘영청 달 밝은 불가리아의 밤  불가리아는 꼭 동남아 같았다. 허름한 시멘트 건물 일색에 이렇다 할 유적지도 없다. 유럽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천카페 나 오래된 석조건물, 새파란 하늘에 피어나는 짱짱한 구름 그 어느 것도 없다. 어쩌면 잔디나 구름도 그렇게 다른지, 색깔은 흐릿하고 모양은 빠진다. 심지어 갈매기까지 그악스 러워서, 여기 갈매기는 우아하게 창공을 선회하는 게 아니 라 몰려다니며 꿱꿱거리고, 공원의 쓰레기통까지 뒤진다. 까마귀나 거위나 개구리처럼 시끄럽기도 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불가리아 제3의 도시 ‘바르나’이지만 수도인 ‘소피아’ 가 여기보다 초라하다는 블로거도 보았으니 큰 차이는 안 날 것이다. 딸이 이곳에서 카이트서핑을 배우려고 왔는데, 연락을 늦게 받는 바람에 결렬되었다. 이맘때는 바.. 2025. 3. 21.
태국 산골에서 현빈 드라마 보기 태국 산골에서 현빈 드라마 보기 2018년 연말에 태국 제2의 도시이자 ‘예술가들의 도시’로 불리는 치앙마이로 여행 갔을 때 우리 모녀는 현빈이 나오 는 드라마 왕팬이었다. 배우로서의 기량과 열정에 물이 오른 현빈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처연함과 능글맞음과 치열함을 오가는 그의 표정은 보는 사 람을 빨려들게 만든다. 나와 다른 인간이 되어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 에서 배우라는 직업은 흥미롭다. 연예인의 특성상 사생활은 축소되기 쉬운데 반대로 영화에서는 막강한 스토리와 인력 과 자본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럴 때 가상현실 이 더 현실 같지 않을까? 잠시나마 다중인격을 체험할 기회 가 있다는 점에서 나는 배우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끼곤 하 는데…. 어쨌든 나의 원픽인 현빈의 드라마를.. 2025. 3. 20.
세기말의 두 악동, 클림트와 에곤 실레 (빈 레오폴드 미술관) 세기말의 두 악동, 클림트와 에곤 실레 (빈 레오폴드 미술관)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두 화가 클림트 (1862~1918)와 에곤 실레(1890~1918)에게 헌정된 미술관 같았 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높은 곳에 크게 걸린 두 사람의 초 상화는 일단 멋있었고, 그다음에는 부러웠다. 누구에게나 유한한 인생, 나의 사후에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내 작품을 관람하고 이야깃거리로 삼는 일은 얼마나 대단한가. 클림트는 평생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와 나란히 걸 려 있고, 실레는 혼자 걸려 있다. 아무리 대단한 뮤즈라고 해도 화가와 동격으로 대우를 해준 것이 놀라워서 검색해 보니, 흥미롭게도 클림트는 에밀리와 플라토닉한 관계였다 076 모처럼 문화생할 077 고 한다. 모델과 동침하는 .. 2025. 3. 19.
방콕은 직무유기다, 옥정호 방콕은 직무유기다, 옥정호 새벽 5시, 코앞에 있는 사람만 식별되는 어둠 속에 핸드폰 손전등 기능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 77세이던 엄마도 계 신데 다행히 오르막이 심하지는 않았다. 잘 정비된 나무 계 단을 20여 분 오르니 갑자기 천상에 도달한 기분이다. 희뿌 옇게 점차 넓어지는 시야가 온통 구름바다였다. 병풍처럼 야트막한 산, 아니 이제는 구름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고 불 러야 할 것들이 삼중 사중으로 겹쳐 서 있는 틈새마다 운무 가 가득 차 돌연 차원이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나는 것도 벅차긴 했다. 아무리 흐린 날에도 구름 위는 맑다더니, 눈을 가늘게 떠야 할 정도 로 강렬한 직사광선을 받아 더욱 찬연하게 빛나는 뭉게구름 은, 당장이라도 그 위로 신선이 걸어올 .. 2025. 3. 18.
대관령 목장 대관령 목장 “엄마, 뱀 털어” 대관령 목장 몇 바퀴나 두툼하게 똬리를 튼 것을 보니 꽤 긴 뱀이다. 놈 은 계단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가 인기척에 계단 아래로 미 끄러지듯 사라진다. 대관령 삼양목장을 독차지하고 걷는 중 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사람이 없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정 상까지 올라간 다음 걸어 내려오는 동안 딱 세 팀을 만났다 (2020년). 평지에 있는 동물체험장에 이르자 어린아이가 있 는 가족이 더러 보였고, 우리가 나올 때쯤 오후 1시에 있다 는 양몰이 쇼를 볼 생각인지 사람이 가득 탄 셔틀버스가 몇 대 올라갔다.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놀멍놀멍 2시간 30분간 내려 오는 동안 두 군데서 볼 수 있었다. 대신 아득하게 이어진 능선이 장관이다. 10년 전에 왔을 때 갓 시판된 라면 팔던 것.. 2025. 3. 17.
기차여행, 딸이 슈퍼 갑, 과일만 먹어도 기차여행 - 무슨 타이타닉이라고 시간이 좀 흘렀지만 간간이 언급한 물가만 보아도 베트 남 여행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물가 가 싼 데서 더 절약하는 사람이 우리 따님이다. ^ ^ 베트남에는 특이하게 침대버스가 있어서 이동시간과 숙 박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 우리 같은 배낭여행자에게 딱 좋 다. 버스에 3줄씩 2층으로 침대가 놓여 있다. 앞사람의 등이 올라가고 거기로 내 발을 뻗을 수 있는 구조라 꽤 많은 침대 가 놓여 있는 데다 1층 통로에는 좌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 이 담요를 깔고 누워 있다. 뭐랄까, 여행체험을 넘어 삶의 끝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손 빠르고 생각 깊은 따님은 2층 좌석을 구했다. 휴 게소에 들르려고 잠깐 나갈 때면 1층으로 내려가 슬쩍 몸을 비켜주는 사람들을 .. 2025.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