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태국 산골에서 현빈 드라마 보기

by essay6653 2025. 3. 20.

태국 산골에서 현빈 드라마 보기

 

태국 산골에서 현빈 드라마 보기

 

2018년 연말에 태국 제2의 도시이자 ‘예술가들의 도시’로 불리는 치앙마이로 여행 갔을 때 우리 모녀는 현빈이 나오 는 드라마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왕팬이었다. 배우로서의 기량과 열정에 물이 오른 현빈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처연함과 능글맞음과 치열함을 오가는 그의 표정은 보는 사 람을 빨려들게 만든다. 나와 다른 인간이 되어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 에서 배우라는 직업은 흥미롭다. 연예인의 특성상 사생활은 축소되기 쉬운데 반대로 영화에서는 막강한 스토리와 인력 과 자본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럴 때 가상현실 이 더 현실 같지 않을까? 잠시나마 다중인격을 체험할 기회 가 있다는 점에서 나는 배우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끼곤 하 는데…. 어쨌든 나의 원픽인 현빈의 드라마를 태국 산골에서 본 다는 것이 간질간질하게 재미있다. 게다가 게임과 현실이 뒤섞인 스토리도 꽤 흡입력이 있다. 그동안 게임마니아를 볼 때마다 위화감을 느끼곤 했다. 내가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게임 같은 것으로 세상이 뒤덮인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뜬금 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이 드라마는 바로 거기에서 시 작한다. ‘증강현실’이라고 한다던데 내가 있는 장소에서 무 기를 취하고 현실 위에 이미지를 더하는 방식이나, 레벨이 니 아이템같이 생소한 용어가 생각보다 재미있다. 죽은 인 물이라도 게임 캐릭터로서의 위상이 있으므로 끝없이 부활 하여 아무 때나 나타난다는 허무맹랑한 드라마에 이렇게 몰 입할 수 있다니! 나중에 CG로 그려 넣었지 연기할 때는 아 무런 무기도 (가끔은) 상대도 없이 ‘쌩쇼’를 한 배우들을 생각 하며 감탄하면서 본다. 치앙마이에서 한참 더 들어간 매홍쏜은 명상도시처럼 정갈했고, 사람들은 순하고 시간은 더디 흐르고, 살아남기 위 해 과도하게 날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꿈결 같은 곳이라 대 한민국과 다른 세상에 도달한 기분이 들었다. 매홍쏜 주변에는 자연과 야시장밖에 없어서 우리는 한껏 늘어진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찌나 별일이 없는지 현빈 드라마가 제일 큰 이벤트라 알람으로 지정해놓고, 알람의 지시에 맞춰 핸드폰을 세팅하다가 실소한다. 화면은 작아졌 어도 재미는 더하다. 오래된 게스트하우스에서 담요를 둘둘 말아 높이를 맞춰 핸드폰으로 드라마에 집중하는 우리가, 대한민국과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처 럼 신기하다.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왜 그리 좋았던지, 서울에서 비행 기로 7시간쯤 되는 곳에서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서울 에 있는 나를 멀리서 지켜보는 기분이 들 때 일상의 권태가 사라지고 기분이 고슬고슬 말려진다. 주거지와 여행지, 가 상현실을 넘나들며 몇 겹의 세상을 느낄 때 시간이 촘촘해 지고 나는 확장된다. 여행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마법이다.